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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의학계는 EBM(Evidence Based Medicine), 즉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치료법을 선택하자.’는 사고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생각은 확실히 중요한 것이지만, 요즘에는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사람 만 명을 모아놓고 ‘갈근탕’을 처방해보면, 30% 정도의 사람밖에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
따라서 갈근탕은 감기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는 것이 과학적 근거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보면 위의 말은 나머지 70%의 사람은 갈근탕 말고 다른 약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70%의 사람들 각각에게 다른 한방처방을 내려 보면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환자를 치료할 때 ‘똑같은 약을 써서 몇 퍼센트의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면 이 약은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 모두에게 이 약을 쓴다.’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은 난폭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EBM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여기에 너무 사로잡히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한다고 하는 점을 놓칠 수 있다.
EBM과는 달리 개개 환자의 체질, 생활사, 생활환경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치료를 해나가는 방법이 ‘NBM(Narrative Based Medicine)’이다.
‘과학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다.
개개 환자의 체질에 따라 치료법을 바꿔나가는 동양의학은 여기에 속한다.
이 NBM의 사고방식을 실천하는데 백혈구의 데이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자율신경 면역요법으로 결코 나을 수 없다던 암을 치료했다고 치자.
EBM의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이는 기적이므로 통계로 처리할 수 없다. 검토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개개 환자의 데이터를 정성껏 뽑아나간다는 관점을 견지한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기적이라고 불리던 환자의 림프구와 과립구의 비율과 숫자를 조사해 왜 낫게 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여기서 얻은 힌트를 다음 환자의 치료에 활용한다면 병이 낫는 사람은 점점 늘어날 수 있다.
- 미즈시마 클리닉 원장 미즈시마 다케오 -
(미즈시마 다케오)
1955년 교토 출생.
오사카 의과대학 졸업.
1963년 북경중의학원과 중일우호병원에서 유학.
1999년부터 미즈시마 클리닉 원장.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아보 도오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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