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건강관련소식   제목 < 아이가 열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④ 작성일 2016-05-02 15:09:27 조회수 2408 내용 고열이 나면 정말 머리가 나빠지는 걸까? 열이 나면 정상 체온까지 떨어뜨려야 하나? 얼음찜질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초보 부모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드는 ‘아이의 발열’에 대한 전문가의 명쾌한 해답. < 몇 도부터를 ‘열’이라 하나요?> 사람의 정상 체온을 ‘36.5℃’라고만 정의내릴 수 없습니다. 체온을 재는 위치, 시간대, 연령, 측정 직전의 활동 상황에 따라 건강한 아이도 최대 3℃까지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요. 체온에서 중요한 것은 온도 자체보다는 ‘그 온도에서 아이의 상태가 어떤가’ 하는 점입니다. 36.5℃에서 약간 벗어나더라도 우리 몸의 기능은 정상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단지 체온만 두고 아이의 몸 상태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아파 보이면서 고막체온계로 37.8℃ 이상일 때는 ‘발열’로 볼 수 있습니다. 체온보다는 아이의 전신 소견이 더 중요합니다. 열은 왜 날까요? 사막에서 지내거나 극한의 야외 활동을 겪을 일이 없는 한국 아이들의 발열 원인은 대부분 감염성 질환입니다.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침입하면 몸에서 열이 납니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체온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이런 병원체를 퇴치하려면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체온이 높아집니다. 높은 체온은 그 자체로도 바이러스나 세균의 증식과 활동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이들과 더 열심히 싸우도록 돕습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린 경우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감기에 걸렸을 때 어른이라면 잠깐 으스스한 정도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면역체계가 미숙하다 보니 매번 최선을 다해 반응합니다. 그래서 그 흔한 ‘감기’에 걸렸을 뿐인데도 며칠씩 열이 오르며 고생을 하는 겁니다. 체온이 오르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리 뇌에는 보일러의 온도조절기 같은 장치가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체온을 올려야 하므로 뇌는 설정 온도를 평소보다 높입니다. 이때 실제 체온은 설정 온도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추운 느낌이 들고 몸을 덜덜 떨어 열을 냅니다. 이른바 ‘오한’입니다. 적당히 아플 때에는 열을 올리기 순조롭지만 심하게 앓을 때는 체온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뇌는 몸의 주요 장기의 온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자 팔다리의 체온을 포기합니다. 그래서 열은 나는데 오히려 손발은 차가워집니다. 체온을 올리는 일은 화학물질을 통해서도 일어납니다. 이런 화학물질은 우리 몸의 이곳저곳을 아프고 힘들게 합니다. 이게 몸살입니다. ‘실제 체온’이 두뇌가 지시한 ‘설정 체온’과 같아지면 그때부터는 체온을 조금 낮추어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혈관을 확장시키고 몸의 땀구멍을 열어 열을 발산시키는 거죠. 이런 과정을 거쳐 식은땀이 납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으슬으슬 몸이 춥고 여기저기 쑤시는 느낌이 들다가 식은땀이 나면서 조금 편해지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납니다. 열! 열? 열?! 부모에게 아이의 발열은 공포 대상입니다. 열성경련이라도 겪은 적이 있다면 아이가 조금만 처져도 며칠간 맘 편히 잠들기 어렵지요. 병원을 찾은 부모님들께 적절한 설명을 드리며 안심시키는 것이 의사의 일상이지만 제 자식이 열이 날 때는 저 또한 다른 아빠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안타깝고 걱정되는 마음이 가득하지요. 다만 소아청소년과 의사여서 다른 점이 있다면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숙제를 풀어내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볼 뿐입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아이 스스로 겪어내야 하는 것이고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 한 뼘 자라 있을 겁니다. 앞으로 같은 병에 걸리면 나중에 앓는 것보다 훨씬 덜 고생할 테니까요. 사람의 공포감은 ‘알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열이 오르는 아이를 돌보며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과도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잘못된 대응’을 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부모도 아이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놈의 ‘열’에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발열에 대한 부모들의 질문은 비슷비슷합니다. 열이 나면 뇌가 망가진다는데 몇 도까지가 괜찮은 건지, 열이 날 때 벗기고 씻겨야 하나 아니면 덮어줘야 하나, 자는 아이를 깨워서라도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 재워야 하나, 그리고 왜 의사들마다 대답이 다른가 등등입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뒤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우선 발열 전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고열이 나면 뇌에 해로울까요? > 뇌손상의 가능성은 높은 체온보다는 발열의 원인에 따릅니다. 원인이 세균성 뇌수막염인 경우에는 치료를 잘 받아도 뇌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뇌수막염을 앓는 아이들의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훨씬 힘들어하고 심하게 아파 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예방접종을 잘 받고 있는 지금은 예전에 비해 세균성 뇌수막염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높은 체온 그 자체로 뇌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온도는 41℃ 후반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온도는 감염성 질환 때문에 나타나기는 어렵습니다. 뇌종양이나 출혈 등 뇌에 문제가 있어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니 ‘몇 도까지는 열이 나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체온뿐 아니라 전신 소견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 열이 오르면 아이를 찬물에 씻겨야 할까요? > 역시 아이의 몸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오한이 날 때 아이를 미온수로 닦아주면 더 울고 보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체온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외부에서는 체온을 낮추려고 애쓰고 있으니 아이는 더 힘이 드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보일러의 온도를 더 올려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둔 셈이죠. 체온을 올리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덜덜 떨고 있는 아이에게 찬물을 끼얹는다면 잠시 체온은 떨어지겠지만 아이는 더 괴로워집니다. 거꾸로 온수에 씻겼더니 더 편안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한을 느낄 때 따뜻한 물로 짧은 시간 가볍게 목욕하면 체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물 덕분에 보다 빠르게 설정 온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덜합니다. 또는 열을 발산 중일 때 목욕시키면 더 편안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 입장에서 편안하게 해주면 됩니다. 추운 듯이 보인다면 조금 따뜻하게 해주고, 더운 듯 보인다면 조금 시원하게 해주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제일 안전한 방법은 해열제입니다. 체온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설정 온도 자체를 낮춰주기 때문이죠. 해열제의 종류에 따라서는 열을 내는 과정에서 몸살을 느끼게 하는 물질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해열제는 아이들에게 쓰는 약 중 가장 안전한 약제로 꼽힙니다. 단기간 사용하므로 건강에 무리를 주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 해열제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고요? > 발열과 감염에 대해 일부분만 이해하고 열은 어차피 면역반응에 필요한 것이니 해열제는 절대로 먹이지 않겠다는 부모도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그것도 권할 일이 아닙니다. 체온이 오르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몸 또한 손해를 보고 어릴수록 그 손해를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우선 산소 소모가 늘어납니다. 특히 폐나 심장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발열을 조절해주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탈수 또한 큰 문제입니다. 열이 날 때는 토하거나 설사 증세가 없더라도 평소보다 수분 소실이 많아집니다. 아이들은 탈수 진행이 빠르고 증상도 심각해서 적절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열이 나서 기운이 없는 아이들은 물도 잘 먹지 못합니다. 39~40℃인 아이에게 해열제를 주면 1시간 뒤 1℃ 정도 체온이 떨어집니다. 여전히 체온은 높더라도 대부분 전신 소견이 약간 좋아지는데 이때 할 일은 추가로 해열제를 먹이는 게 아니라 물을 마시게 하는 겁니다. 해열제는 큰 부작용도 없을 뿐더러 잠깐이라도 아이를 편하게 만들어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먹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깨워서까지 해열제를 먹이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니까요. 열성경련을 걱정하시는데 이는 고열이 날 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해열제나 항경련제를 미리 투약해도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열이 난다고 굳이 아이를 깨워서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열이 나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열은 오르지만 아이가 잘 놀고 잘 먹는다면 하루 정도는 그냥 지켜봐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는 엄마 아빠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틀 이상 열이 난다면 꼭 약을 먹이지 않더라도 아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애쓰기보다 아이를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은 해열제를 먹이는 겁니다. 미온수로 씻기거나 얇은 옷을 입혀볼 수 있지만 아이가 싫어한다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열이 조절되지 않거나 아이가 힘들어할 땐 다른 합병증을 의심할 상황은 아닌지 의사에게 보이세요. 그리고 3개월 이전 신생아가 열이 나는 것은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하고 가까운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육아 전반에 걸쳐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베스트베이비 | 입력 2016.04.29 16:17 기획 : 박시전 기자 | 글 :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 사진 : 이성우 | 참고문헌 : Korean Jouranl of Pediatrics VoL.50.No.2. 2007 : 120~126 <발열>,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다음글 당신의 혈압수치 알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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