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건강관련소식   제목 [보험료 올리는 도덕적해이] <1> - ① 실손보험금 노린 과잉진료, 보험료 인상 부메랑 작성일 2016-03-23 10:26:32 조회수 1867 내용 "환자분 비염이세요? 그럼 입원하세요" 직장인 한다정씨(27세, 가명)는 평소 비염으로 코가 막히거나 콧물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 최근 환절기를 맞아 증상이 더 심해진 한씨는 치료차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 "입원해서 편하게 검사를 받아도 모두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며 병원에서 입원을 권했기 때문. 한씨는 입원기간 동안 이른바 '비염 검사 세트'라 불리는 의료비 200만원 상당의 각종 검사를 받았다. 20만원짜리 미각검사, 45만원짜리 후각검사 등 비염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 검사가 대부분이었다. 초호화 진료는 비염환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주부 최미자씨(50세, 가명)는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한 달 넘게 장기입원을 했다. 최씨의 병명은 척추측만증으로 스트레칭이나 자세교정 등이 필요했다. 통원치료로 충분했지만 병원은 입원을 권했다. 입원기간 동안 도수치료(손으로 눌러주는 등의 치료)만 60회 이상을 받았다. 최씨는 "과잉진료라는 생각도 했지만 병원에서 실손보험으로 의료비를 다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 받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비염 · 감기만 걸려도 입원?" 실손보험 뭐기에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과잉진료가 넘친다. '감기만 걸려도 입원한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 근본 원인은 실손보험에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통 비급여 의료비가 비싸 병원은 비급여 진료를 유도한다. 비급여는 MRI 촬영비, 초음파 등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진료 항목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들 사이에서 '마사지'처럼 애용되는 도수치료도 비급여다. 반면 급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진료 항목으로 공단이 부담하는 부분(공단 부담금)과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부분(본인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앞서 예로 든 한씨의 경우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치료비 200만원 가운데 본인 부담금의 80%인 16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능한 보상한도가 높은 입원치료나 고가의 치료를 유도하고 가입자는 의료비를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병원의 과잉진료를 방조하거나 적극 동조한다"며 "통상 실손보험은 한번 입원할 때 보상한도가 크기 때문에 작은 질병에도 입원을 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0년 17조9000억원대에 불과하던 건강보험 비급여 의료비는 4년만인 2014년에 연간 약 24조원 수준으로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비급여 의료비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8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17배 넘게 급증했다. ◇ 공짜 아닌 부메랑 … 보험료 인상 악순환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필요성과 가격 등이 체계적으로 표준화되지 않아 실손보험 악용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만큼 표준화돼 있고 의료행위나 가격 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심사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본인 부담금이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비급여는 질병치료 목적의 일부 항목만 표시돼 있을 뿐 명칭조차 표준화돼 있지 않아 실제로 필요한 의료행위인지, 가격은 적정한지 등을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정해 진료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1년간 심평원에 제출된 비급여 항목을 분석한 결과 총 1만6680건 가운데 명칭 등이 표준화돼 가격 비교가 가능한 항목은 1611건(9.7%)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사시 수술비'의 경우 사시수술 관련 입원이나 수수료, 치료재료대 등으로 명칭이나 비용 부과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이런 이유로 비급여 항목은 병원별로 가격 편차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955개 비급여 진료 항목 2만5084건의 병원별 가격 차이는 평균 7.5배에 달한다. 고주파 열 치료술은 병원별로 최소 20만원에서 최고 350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17.5배에 달한다. 유사한 진료인데도 병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병원은 임의로 정한 의료비를 환자들에게 청구해 실손보험에서 보상받도록 유도한다. 병원에서 진료 전에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해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0%를 넘어선 상태다. 보험회사가 보험료로 1000원을 받아 12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들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결국 실손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올들어 실손보험료가 두자리수 가량 올라간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선 지금도 손해를 보고 있는데 보험사기성 비급여 보험금이 계속 늘면 손해율이 더 높아져 또 다시 실손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과잉진료로 돈을 버는 것은 병원 뿐이고 비용 부담은 결국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입력 : 2016.03.23 05:15 / <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음글 배도 안 고픈데.. 과식을 하는 뜻밖의 이유 3 이전글 사람 몸 속 세균 39조개… 체세포수와 비슷